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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실수
만화로 보는 세상
‘실수’
하니 생각나는 실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실수는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 교사 시절 있었던 일이다.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교동도라는 섬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발령이 나기까지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만난다는 것이 여간 설레는 일이 아니었다.
첫 시간,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는 많은 눈동자들 앞에서니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아이들은 새로 온 총각 선생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수업 준비물을 갖
추지 못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게 되었는데 당시 나의 관심거리인‘환경’
에 대한 얘기를 하게
임 종 길
되었다.
권선고등학교 미술교사
얘기를 하다가 칠판에 커다랗게‘환경 파괴’
라 적고 돌아섰는데 아이들의 웃음과 괴성이 터
져 나오며 책상을 치고 난리 법석이었다. 순간 눈앞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멍한 상태가 되었
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이들이 칠판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칠판에는‘환경 파괴’
가 아
닌‘환경 파계’
라고 적혀 있었다. 아이들의 괴성과 소란에 정신이 나간 나는 서둘러 글자를 고
친다는 것이 또 틀린 모양이었다. 이번엔 더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다음 어떻게 수업 시간
을 마무리했는지 기억은 없다. 다만 이후 내 별명은 한참동안‘파괴 선생님’
이 되었다.
그 후 그렇게 소리 지르던 아이들과 나는, 당시만 해도 생소한‘환경반’
이라는 동아리를 만들
었다. 섬마을이라는 특성 때문에 재활용품들을 땅에 그대로 묻어버리던 것을 학교뿐만 아니라
동네의 폐품까지 열심히 모아 서울에 있는 자원재생공사에 연락해 실어가도록 하는 등‘열정적
으로’활동했다.
‘일회용품 안 쓰기’
‘샴푸 안 쓰고 빨랫비누로 머리감기’같은 활동으로 학생
들과 어울리다보니 내 별명은‘파괴 선생’
에서‘빨랫비누 선생’
으로 바뀌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 시기를 나는‘경직된 환경 교육’시기라고 생각한다. 작은 실천들은 물론
중요하지만 환경 오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겁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은 장기적
으로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지금 생각이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섬마을의 자
연을 아이들과 함께 느끼고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을 우선했을 것이다.
당시 내 말만 믿고 많은 아이들이 빨랫비누로‘개종’
했는데 몇 년 후 빨랫비누의 독성 때문에
나도 더 이상 빨랫비누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혹시라도 아직도 내 말을 믿고 빨랫비누를 사용하
고 있을 아이들이 있을까 봐 걱정이다.
하지만 나는 실수에 대해 크게 자책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에게 되묻는다.
‘정말 최선을 다했
는지?’그렇지 못하다면 진정 부끄러운 일이고 크게 반성해야할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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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경기교육
Inspiring Gyeonggi Education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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