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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강요하지 않는 학교에서 맘껏 자신들의 청소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했지요.
지난 4년 동안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교실과 화장실의 변해 가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
며 기겁을 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청소와 관련된 온갖 역할 분담과 회
의가 이어졌지만 회의가 학교를 더 깨끗한 곳으로 만들지는 못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늘 청소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각종 회의, 동아
리, 축제와 공연, 통합기행 등등. 엄청나게 많은 행사와 일정을 소화해내기에도 벅찼습니다.
그 와중에 청소는 이우학교의 생태계에서 시민적 권리를 획득하지 못하고 다만 허접한 의무
의 자리에 머물러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결과보다 보이지 않는 과정이 더 중요하듯이 청소와 같은 일상들이
이우의 삶에서 아주 소중한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자라났습니다. 청소는 같이 사는 사람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배려와 겸손함의 표현이고,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바탕이
되는 활동이지요. 그래서 옛 선가의 스승들은 도를 가르치기 전에 밥 짓고 청소하고 나무하
는 것을 먼저 하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기 교장의 청소선언은 이우의 道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했던 일상의 미덕에 대해 재음미하게 합니다. 표피적이고 일시적인 감동이 아니라
우리의 신체에 깊이 각인되어야만 비로소 내 것이 되는 마음과 몸의 변화가 어떻게 가능한
지 다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새롭게 2기를 맞이하면서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돌아보는 이우에서의 생
활과 그들의 소망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모든 이야기들이 이우의 道에 대한 고민과 깊은 속
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겨울방학 중에 후배들의 수학공부를 도와준 졸업생
세 명의 일기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교장선생님과의 인터뷰에서는‘청소’이야기를 넘
어서는 이우의 비전에 대한 광필짱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소희 선생님의 2007년 변화된 수학교과의 교육과정 스케치와 안정민 선생님의 수업공
개 후기는 더욱 발전된 모습의 2007년 수업연구회를 기대하게 해 줍니다.
이우학교 평가를 준비하며 내부평가와 외부평가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학교평가 방식을
도입하려는‘함께여는교육연구소’
의 진지한 시도와 청소년기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읽고
돌볼 것인가에 관한 손성은 선생님의 강의록 또한 눈여겨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200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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