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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호
교과연구회 자문위원.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로 재직 중이다.
fogbang@hanmail.net
세 가지 인식으로 본 존재의 풍경
시인은 인식을 통해 사물과 존재에 대한 자기 세계의 영역을 넓혀나간다. 인식
은 시적 사고의 기본이자 시에 철학성을 부여하는 출발점이 된다. 그러므로 시에
나타난 인식의 양상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 삶의 문제를 보다 진실하게 탐구해
보는 의미 있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본고는 이런 관점에서 다섯 편의 시에 나타난
인식의 틀을 매개로 존재의 내밀한 풍경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생명
정현종의「좋은 풍경」에 그려진 숲속의 정사는 아름답게 그려진 한 폭의 풍경
화다. 늦겨울이 주는 넉넉한 이완감이 포만에 싸여 눈조차 부드럽게 느껴지고, ‘새
살’을 파헤치는 ‘그짓’이 추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숲속의
생명들이 새 살 속에서 새 봄을 준비하기 위해 순결하고 풍요로운 의식을 치른다.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서 그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 정현종,「좋은 풍경」전문,『한 꽃송이』(1992),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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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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