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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물줄기 마르는 날까지
폭포여, 나를 내리쳐라
너의 매를 종일 맞겠다.
일어설 여유도 없이
아프다 말할 겨를도 없이
내려꽂혀라, 거기에 짓눌리는
울음으로 울음으로만 대답하겠다
이 바위틈에 뿌리 내려
너를 본 것이
나를 영영 눈뜰 수 없게 하여도,
그대로 푸른 멍이 되어도 좋다.
네 몸은 또 얼마나 아플 것이냐
― 나희덕,「풀포기의 노래」전문,『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1994), 창작과비평사
시적 화자는 거대한 폭포의 물줄기에 연신 얻어맞고 있는 가냘픈 풀포기다. 이
런 관계는 마치 거인 남자와 왜소한 여인의 정사를 연상시킨다.「좋은 풍경」의
화합적 성교에 비해,「풀포기의 노래」에 나타난 성적 이미지는 가학과 피가학의
선상에 있다.
서정주체인 ‘나’의 위치는 바위틈으로 실낱같은 뿌리를 몇 줌 박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나’는 능동성이 없어 스스로 존재의 공간을 옮기지 못한다. 즉 주체적
으로 자기가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없다. 그러기에 그 자리에서 ‘종일’ 이유없이
매를 맞아야 한다. 이유를 굳이 만든다면 그 자리에 있다는 죄뿐이다. 즉 존재
자체가 형벌이 된 셈이다.
그러나 ‘나’의 어조는 비감스러우면서도 당당하다. 의연히 매를 맞으면서 잔인
하고 가학적인 매를 더 요청한다. 하지만 마조히스트나 사디스트처럼 폭력적 상
황을 유희적으로 수용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어떤 논리적 항변이나 설득력 있
는 변명이 아닌, 단지 울음으로만 대답한다. 폭포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이 울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흔히 연약한 여자의 무기라고 불리기도 하는 눈물로 한 순간 눈을 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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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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