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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자리
학부모 자리
상담이라는 늪에 빠지다
머니하고 통화를 한번 해 주면 고맙겠다고 부탁하시면서 전화를 하셨다. 수화기를 전해 받는 내
가슴이 답답했다. 너무나 순한 목소리로 자신이 아이를 돌보는 일에 너무 소홀했다며 어떻게 하
면 되는지 물었다. 얼마 전 희망이는 아빠를 잃었단다. 그래서 자신이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
이라서 아이들에게 미처 신경 쓰질 못했다며 우셨다. “희망이도 어머니 만큼 힘들 거예요. 관심
있게 바라 봐 주시고 자주 안아 주세요.”하고 통화를 마쳤다. 자신의 슬픔이 너무 커서, 그렇게
큰 절망이 자신을 덮어 버려 아이들의 절망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나 보다. 그래서 희망이는 그 무
유 은 주
엇도 하기 싫은 무기력을 방패 삼아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을 산다는 것이, 살아
/ 용인 풍덕고등학교 학부모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12살 희망이는 즐거움보다는 슬픔으로 먼저 알아 버린 것이
어느덧 7년째다. 때로는 기쁨으로 때로는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소리 없는 아우성 속에서 상담
다. 이렇게 갑자기 닥쳐오는 불행이 사실은 약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더 큰 충격이고 더 큰
과 함께 7년을 보내고 있다. 이제 막 설레임으로 시작하신 선생님들께서는 긴 시간처럼 느껴지시
불안으로 상처를 받고 있는데, 우리 어른들은‘애들이 뭘 알겠어’
하며 무심하기 일쑤다. 예고 없
겠지만 10년, 20년 묵묵히 봉사하고 계시는 선배님들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지 쌓
이 찾아오는 불행, 가정의 불화, 이혼, 폭력, 이런 것들이 어찌 아이들의 책임이겠는가. 그러나 아
여진 시간 때문만은 아니리라.
이들은 그 모든 것이 자기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인식한다. 부모가 아무리 너
여린 잎들이 살랑거리는 늦봄 시내에서 한참 벗어난 초등학교는 정말 한적 했다. 벌써 일 년이
때문이 아니라고 말해도 이미 아이들은 믿지 않는다. 희망이는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지금도
조금 지난 일이다. 기운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5학년 남자아이. 팔, 얼굴에 난 아토피 흔적이
그때가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저려 온다. 나의 무능력이 혹여 또 다른 희망이에게 상처를 남기지
안쓰러웠다. 별칭짓기도 귀찮아 해서 내가 별칭을 희망이라고 붙여 주었다. 담임 선생님 손에 끌
는 않을까?
려온 희망이는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언제 끝나요?”
하고 물었다. “여기 안 오면 안돼요?”, “하
상담에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늪에 빠진다고 한다. 처음엔 심성수련 기초 교육, 중
기 싫어요.”
가 희망이가 하는 말의 전부였다. 그 다음은 침묵이다. “이것만 하자.”하고 나는‘알
급, 상급 교육만 잘 이수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상담이론은 기본이고, MMPI, MBTI, 에니
리고 싶은 나’
를 내밀었다.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희망이의 대답은‘살아가는것’
어그램, 성폭력 교육, 가정폭력 교육, 상담에 필요한 너무나 많은 도구들. 이젠 미술치료까지. 해
이라고 썼다.
‘살아가는 것’
, 초등학교 5학년에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침묵의 시간이 흘렀
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늪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갖가지 도구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다. 그때 나는 희망이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어떤 때가 힘
중요한건 상담자의 마음 자세인 것 같다. 교육의 늪에서 상담자의 자세를 정화하고, 마음을 정
들어?”
하고 묻는 말에“그냥요!”
했다. 그리고 또 침묵. 나도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없었다. ‘이
화하여 나의 상처를 치료 받고, 씨앗을 맺게 하여 줄기를 세우고, 마침내 꽃을 피울 수 있는 힘의
번이 희망이를 만나는 마지막 시간인데,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나!’내 자신에게 화를 내면서 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한 기대와 꿈이 있기에 이런 늪이라면 얼마든지 기뻐하면서 발을 들여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만나는 것이 이 아이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이런 질문들이 상담자의
놓을 수 있다. 내 자신을 위해서,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상처가 되는 사람이 되지 않기
길을 걷고 있는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래도 선배님들께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위해서, 또 다른 희망이를 만났을 때 똑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 이제 막 깊은 늪에 한걸
고 하신다. 그리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하신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음 들어섰다.
그 말을 나는 때로는 상담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갈고 닦는 데 소홀해도 되는 면죄부로 이용하
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시간인 것을 알고 안타까워하시는 담임 선생님께서 끝나고 잠깐 보자 하셨다. 희망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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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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