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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권 주
성일고등학교 학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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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지 않는 보답
소리가 들린다 벌레 울음 소리 같다 두꺼운 코트 속으로 스며들어 살을 깍아내
는 듯한 겨울 바람 발 아래 같은 무늬의 벽돌들이 균일하게 늘어졌다 회색 건물
이 어지럽게 늘어진 도시 거리의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길을 걷는다 나는 고
개를 떨구었다 나는 현충일이면 별 생각 없이 걷고 있을 사람들을 저주했다 그들
은 벌레일 뿐이다 나는 마음의 문을 닫은 지 오래다
국가 유공자의 자식 언제나 나를 쫓아다니는 꼬리표다 아버지는 이 나라 사람
들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셨다 그 후 남은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빌어먹을 가난뿐
이다.
아버지는 벌레들을 위하다 돌아가셨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빚쟁이들은 빚 독촉을 위해 우리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그들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울며불며 애원했다 곧 지하철역으로 내몰렸다 처음에
는 격려의 말을 해주던 지인들도 점차 연락을 끊었다 사람들은 따스한 손길 한 번
내밀지 않았다 더러운 벌레를 보는 듯한 눈초리로 우리들을 힐끔힐끔 쳐다볼 뿐이
었다 어머니는 지하철역으로 내몰린 지 얼마 안 되어 고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
고 시름시름 않았다 역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지하철 다니는 소리가 소음처럼 시
끄러웠다.
한겨울이다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 우중충 했다 그날따라 어머니는 연신 피곤하
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어머니에게 인사하고 역을 나섰다 옷의 먼지를 찬찬히 털
었다 며칠간 밖에서 생활했던 터라 옷은 누더기 같았다 추웠다 팔을 문질렀다
벅찬 마음을 안고 회사로 들어섰다 나는 면접관들의 질문에 소신 있게 답했다
돌아오는 길에 눈이 내렸다 세상이 뿌옇다 나는 조금 들떠 있었다 역으로 들어
섰다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어머니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어머니의 손
을 붙잡았다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눈 앞이 흐려지는 것 같다 어머니를 엎고 지하
철을 나섰다 눈 속을 해치고 달렸다 헐떡이는 입에서 뿌연 김이 피어올랐다 내가
어머니를 업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사는 몇 달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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