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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과 판테온신전
석굴암
판테온
종단면도
종단면도
종단면도 비교
그려진다는 것이다. 주공간의 형태면에서도 두 건축물은 모두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지향하고 있다. 판테온은 돔 꼭짓점의 천
공창 오클루스를 빼고는 어디에도 창문이 없다. 이와 같은 밀페형 구조는 석굴암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지붕 자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안쪽을 파서 제작한 무수한 우물 반자가 위로 옆으로 기하학적 무늬를 이루며 뻗어가다 돔의 중심으로 귀결한다.
이와 같이 돔을 꾸려낸 전반적인 방식이 결국 한 사람이 설계한 듯 동일하다는 것이다. 석굴
암으로 돔 양식이 유입된 비밀을 푸는 열쇠로 성 씨는‘네스토리우스교’
를 꼽았다. 4세기경, 콘
스탄티노플 초기 주교였던 네스토리우스는 기존의 기독교 교리와 다른 이론을 제기해 당시 교
황의 탄압을 받고 중동으로 피신했는데, 그가 창시한 교파가 바로 네스토리우스교이다. 그는 페
르시아 사산 왕조의 비호를 받으며 중국의 당(唐)태종 왕조에까지 교세를 확장했다. 당시 당태
종 이세민은 서방에서 온 종교라는 뜻으로 그들을‘경교(景敎)’
라고 호칭하며 우대했다. 현재 중
국 서안의 비림(碑林)에는 당나라 때 경교의 보급을 기록한‘대진경교유행중국비[大秦景敎流行
불국사 경내에서 발굴된
경교돌십자가
中國碑(781년 건립)]’
가 남아 있다. 이 경교의 성전 양식이 바로 전형적인 돔 형태였다.
8세기 당나라에 대거 유입됐던 경교도들의 발걸음이 당과 긴밀한 교역관계에 있던 신라로도
이어졌음은 무리가 없는 추측이다. 실제로 경교의 돌 십자가(nestorian stone cross)와 불상
모양의 성모 마리아 상 등이 불국사 경내에서 일제강점기에 출토됐는데, 이 유물들의 제작 연대
가 석굴암 조성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대진경교유행중국비 탁본이 금
강산 장안사에서도 발견됐다. 게다가 경주 고분에서는 후기 로마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
의 유리 제품이 다량으로 출토되기도 했고, 경주 구정동 방형분과 서양인 형상의 탱주석 등 관
성모마리아상
(숭실대 기독교박물관)
련 증거물들이 즐비하다.
돔 양식 성전을 짓는 일에 능숙했던 경교도들이 서라벌을 방문했을 때 한창 성전 축조에 원
력(願力)을 세우던 신라 재상 김대성을 만났다면? 바로 이 경교도들이 직접 신라의 석공들과 함
께 석굴암을 조성했고, 자신들의 경이로운 돔 축조술을 전수했다는 것이 성낙주 씨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들 경교도들이 중국 대륙으로 이동해온 실크로드의 경로 상에는 그들이 남겨놓은 돔
양식의 각종 석굴이 있고 둔황 불동에선 경교 성서가 발견됐다. 경교가 동방에 전파되면서 경교
의 성전 구조인 돔 양식도 함께 전해졌다는 가설에 점점 힘이 더해진다. 만약 성 씨의 주장대로
이것이 사실이라면 석굴암은 곧 신라만의 것이 아닌 게 된다. 신라 장인들은 주실의 돔형 양식
을 판테온의 경교 장인들로부터 받아들였음은 물론, 자신들이 숭상하는 불교 사상에 걸맞게 변
형시켜 인공 석불사를 재창조해냈다. 그렇다면 신라 석굴암은 고대 동양과 서양의 과학과 건축
술이 이룩한 전무후무한 국제적 예술 작품이 되는 셈이다.
경주 구정동 방형분
탱주석 서역인 얼굴 (경주)
취재
양서고등학교 교사
이 승 진
12
경기도교육청
20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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