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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신뢰하고 학생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서당에서의
교육은 철저한 사교육이면서도 문자와 행실을 동일시하는
아름다운 공교육이기도 했다
신봉승, 시나리오 작가협회 회장 /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신봉승
리의 선현들은 어려서 서당에 다니면서 문자와 학문을 익혔다. 같은 서당에
서 공부하는 생도들도 다양하여 4세짜리 코흘리개가 있는가 하면 30세를
시나리오작가협회 회장
넘긴 가장들도 있다. 또 배우는 내용도 다양하여 <천자문>을 익히는 아이들부터
대종상, 청룡영화상 심사위원장 `99 강원도 국제관광EXPO 총감독
<논어>나 <대학>과 같은 고전을 읽는 어른까지 함께 섞여 있다. 선생님이 각자 소
리 내어 읽기를 청하면 생도들을 각기 다른 내용을 자신의 진도에 따라 비슷한
前 추계예술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음률에 맞추어 큰 소리로 읽는다. 잘 훈련된 합창소리와 같은 음률을 들으면서 선
現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생님은 누가 어디를 틀리게 읽는 지를 어김없이 지적한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
다. 물론 일대일의 가르침도 있게 마련이어서 문자 그대로 족집게 과외를 방불케
한다.
1880년 12월 12일. 조선왕조는 지난 500년 동안 유지해
之氣)를 심어준다면 무엇을 더 걱정할 일이겠는가.
드디어 너댓 살 된 꼬마가 <천자문>이나 <명시보감>을 떼면(마스터하면) 그 댁
온 의정부와 육조를 개편하여 선진국형의 정부조직인「통리
지금 우리 사회는 이른바 문벌(門閥)의 기둥(어른)이 사라
부형들은 큰 함지박에 떡을 쩌 와서 선생님과 동료 학생을 위하여 한 턱을 쓰게
기무아문(統理機務衙門)」으로 개편하면서 정부조직을 혁명
진지 오래되었다. 어디에 있는 어느 스승 품안에 어떤 미래
된다. 이른바 ‘책 떼기’라는 자축행사다. 스승님에게는 성의를 다해주신 은혜에
적으로 개혁한다. 정부의 우두머리는 총리(總理)로 하고, 사
의 주역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나는 아직 들어 본 일
보답하는 것이며 형들 뻘인 장년의 학생들에게는 어린 자식을 위해 여러 가지 도
대사, 교린사, 군무사, 통상사 등 13개 부서로 나누어지는
이 없다. 학문에 앞서 인성을 기르고, 유창한 입담에 앞서
움을 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요즘의 학교나 학원의 현상에 비한다면 사람 냄
현대적 정부의 조직에 어학사(語學司)가 포함되는 것으로
실천의지를 갖춘 인재를 길러 내는 스승이 없다면 나라가
새가 물씬 나는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가 없다.
교육제도의 근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기에 이른다. 이른바
텅 비는 비극이나 다름이 없다.
스승의 날이 되면 교문을 닫아 잠그고 학생들을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하는 일부
공교육(학교교육)의 길을 열게 된 셈이다.
스승을 신뢰하고 학생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서당에서
고등학교의 한심한 작태는 예삿일이 아니다. 선생님에게 드리는 돈 봉투(촌지)가
그 공교육이라는 것도 잠시 뿐, 곧 모든 관행과 제도가 일
의 교육은 철저한 사교육이면서도 문자와 행실을 동일시하
두려워서 하는 소행이라면 참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돈 봉
본식으로 바뀌면서 우리가 간직한 아름다웠던 사교육이 점
는 아름다운 공교육이기도 했다. 지금의 학교교육이 떠가는
투가 내왕하는 통로는 교문이 닫쳐 있어도 다른 길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정도
차 쇠락되고, 배제되기에 이르면서 식민지교육으로서의 성
지식 위주, 금전 위주의 얄팍한 방식으로는 우리가 필요로
는 그 학교의 학생들도 알고 있을 것이기에 하는 소리다.
패에만 매달리게 되었는데, 불행하게도 그 여러 방책이 아직
하는 젊은 인재들을 길러 낼 방도가 없다.
서당에서 할 수 있는 글공부를 마친 사람들은 보다 더 큰 학문을 성취한 스승을
도 남아서 우리교육행정을 지배하고 있다면 참으로 한심한
그렇다고 서당식 교육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나 그
찾아 나선다. 일테면 문묘(文廟)에 위패가 봉안된 조선시대 의 열 네 분과 같이 학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정신은 얼마든지 간직하여 이어갈 수가 있고, 그 정신을 실
문과 덕망을 고루 갖춘 스승들을 말이다. 그 스승들은‘기호학파’니‘영남학파’니
참되고 성스러운 교육의 성패는 교실을 지키는 교사의 능
행에 옮긴다면 지식이 아닌 예를 아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하여 당대의 문벌을 이끄는 국가의 동량이면서 또 자신의 뒤를 이어줄 새로운 동
력에 달려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백 사람보다 한 사람
참 교육의 길이 열릴 것이 분명하다.
량을 발탁하여 기르는 것을 큰 보람으로 삼았다.
의 교사의 몫이 더 크고, 열사람의 교육감이나 교육장보다
참 교육은 참 스승에 의해 그 성패가 좌우 된다. 우리 교
이들 성현들을 찾아와 배우기를 청하는 제자들은 <사서오경> 정도는 모두 외고
도 한 사람의 교사가 교육의 질을 더 좌우한다. 교육과학기
육의 미래는 교사들이 분발하여 허울뿐인 교육과학기술부
쓸 수 있는 학문들이다. 이들에게는 더 배울 학문은 없다. 그러므로 학문의 행간
술부나 교육청이 아무리 설쳐대도 학교 교육은 능력 있는
나 교육청의 헛발질을 멈추게 하지 않고는 발전할 길이 없
(行間)에 담겨진 스승들의 지고한 인품과 실천의지를 배우게 된다. 큰 스승 밑에서
수업 문화 이야기
교사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
큰 제자가 태어난다는 진리는 얼마든지 찾을 수가 있다. 예로부터 한 인재가 두각
아름다운 사교육
는 참 교사들이 사랑하는 제사들에게 꿈과 호연지기(浩然
공교육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가 있지를 않겠는가.
을 나타내면 우선 “누구의 문하던고?”라고 묻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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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철저한 사교육이면서도 문자와 행실을 동일시하는
아름다운 공교육이기도 했다
신봉승, 시나리오 작가협회 회장 /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신봉승
리의 선현들은 어려서 서당에 다니면서 문자와 학문을 익혔다. 같은 서당에
서 공부하는 생도들도 다양하여 4세짜리 코흘리개가 있는가 하면 30세를
시나리오작가협회 회장
넘긴 가장들도 있다. 또 배우는 내용도 다양하여 <천자문>을 익히는 아이들부터
대종상, 청룡영화상 심사위원장 `99 강원도 국제관광EXPO 총감독
<논어>나 <대학>과 같은 고전을 읽는 어른까지 함께 섞여 있다. 선생님이 각자 소
리 내어 읽기를 청하면 생도들을 각기 다른 내용을 자신의 진도에 따라 비슷한
前 추계예술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음률에 맞추어 큰 소리로 읽는다. 잘 훈련된 합창소리와 같은 음률을 들으면서 선
現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생님은 누가 어디를 틀리게 읽는 지를 어김없이 지적한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
다. 물론 일대일의 가르침도 있게 마련이어서 문자 그대로 족집게 과외를 방불케
한다.
1880년 12월 12일. 조선왕조는 지난 500년 동안 유지해
之氣)를 심어준다면 무엇을 더 걱정할 일이겠는가.
드디어 너댓 살 된 꼬마가 <천자문>이나 <명시보감>을 떼면(마스터하면) 그 댁
온 의정부와 육조를 개편하여 선진국형의 정부조직인「통리
지금 우리 사회는 이른바 문벌(門閥)의 기둥(어른)이 사라
부형들은 큰 함지박에 떡을 쩌 와서 선생님과 동료 학생을 위하여 한 턱을 쓰게
기무아문(統理機務衙門)」으로 개편하면서 정부조직을 혁명
진지 오래되었다. 어디에 있는 어느 스승 품안에 어떤 미래
된다. 이른바 ‘책 떼기’라는 자축행사다. 스승님에게는 성의를 다해주신 은혜에
적으로 개혁한다. 정부의 우두머리는 총리(總理)로 하고, 사
의 주역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나는 아직 들어 본 일
보답하는 것이며 형들 뻘인 장년의 학생들에게는 어린 자식을 위해 여러 가지 도
대사, 교린사, 군무사, 통상사 등 13개 부서로 나누어지는
이 없다. 학문에 앞서 인성을 기르고, 유창한 입담에 앞서
움을 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요즘의 학교나 학원의 현상에 비한다면 사람 냄
현대적 정부의 조직에 어학사(語學司)가 포함되는 것으로
실천의지를 갖춘 인재를 길러 내는 스승이 없다면 나라가
새가 물씬 나는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가 없다.
교육제도의 근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기에 이른다. 이른바
텅 비는 비극이나 다름이 없다.
스승의 날이 되면 교문을 닫아 잠그고 학생들을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하는 일부
공교육(학교교육)의 길을 열게 된 셈이다.
스승을 신뢰하고 학생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서당에서
고등학교의 한심한 작태는 예삿일이 아니다. 선생님에게 드리는 돈 봉투(촌지)가
그 공교육이라는 것도 잠시 뿐, 곧 모든 관행과 제도가 일
의 교육은 철저한 사교육이면서도 문자와 행실을 동일시하
두려워서 하는 소행이라면 참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돈 봉
본식으로 바뀌면서 우리가 간직한 아름다웠던 사교육이 점
는 아름다운 공교육이기도 했다. 지금의 학교교육이 떠가는
투가 내왕하는 통로는 교문이 닫쳐 있어도 다른 길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정도
차 쇠락되고, 배제되기에 이르면서 식민지교육으로서의 성
지식 위주, 금전 위주의 얄팍한 방식으로는 우리가 필요로
는 그 학교의 학생들도 알고 있을 것이기에 하는 소리다.
패에만 매달리게 되었는데, 불행하게도 그 여러 방책이 아직
하는 젊은 인재들을 길러 낼 방도가 없다.
서당에서 할 수 있는 글공부를 마친 사람들은 보다 더 큰 학문을 성취한 스승을
도 남아서 우리교육행정을 지배하고 있다면 참으로 한심한
그렇다고 서당식 교육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나 그
찾아 나선다. 일테면 문묘(文廟)에 위패가 봉안된 조선시대 의 열 네 분과 같이 학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정신은 얼마든지 간직하여 이어갈 수가 있고, 그 정신을 실
문과 덕망을 고루 갖춘 스승들을 말이다. 그 스승들은‘기호학파’니‘영남학파’니
참되고 성스러운 교육의 성패는 교실을 지키는 교사의 능
행에 옮긴다면 지식이 아닌 예를 아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하여 당대의 문벌을 이끄는 국가의 동량이면서 또 자신의 뒤를 이어줄 새로운 동
력에 달려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백 사람보다 한 사람
참 교육의 길이 열릴 것이 분명하다.
량을 발탁하여 기르는 것을 큰 보람으로 삼았다.
의 교사의 몫이 더 크고, 열사람의 교육감이나 교육장보다
참 교육은 참 스승에 의해 그 성패가 좌우 된다. 우리 교
이들 성현들을 찾아와 배우기를 청하는 제자들은 <사서오경> 정도는 모두 외고
도 한 사람의 교사가 교육의 질을 더 좌우한다. 교육과학기
육의 미래는 교사들이 분발하여 허울뿐인 교육과학기술부
쓸 수 있는 학문들이다. 이들에게는 더 배울 학문은 없다. 그러므로 학문의 행간
술부나 교육청이 아무리 설쳐대도 학교 교육은 능력 있는
나 교육청의 헛발질을 멈추게 하지 않고는 발전할 길이 없
(行間)에 담겨진 스승들의 지고한 인품과 실천의지를 배우게 된다. 큰 스승 밑에서
수업 문화 이야기
교사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
큰 제자가 태어난다는 진리는 얼마든지 찾을 수가 있다. 예로부터 한 인재가 두각
아름다운 사교육
는 참 교사들이 사랑하는 제사들에게 꿈과 호연지기(浩然
공교육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가 있지를 않겠는가.
을 나타내면 우선 “누구의 문하던고?”라고 묻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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