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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스승릴레이:예순세번째
읽기에관한대담하고
근원적인통찰
「텍스트의포도밭」
과천중앙고등학교조재남선생님
책 중심 시대의 종착점에서,
‘새로운 읽기 수행의 꽃’에 대해
생각해보다
책을 읽는 경험이 그 자체로 신선하고 즐거운
활동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교과서 외에 그리
다양한 책을 접해보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그러했습니다. 그
러나 나이가 들고 직업을 갖게 되고 세상사를 많이 접할수록 숱한
읽을거리들로 눈이 어지럽고 몸이 바쁘다는 생각을 이따금 하게
되었고, 어린 시절의 즐거움과는 달리 의무감으로 읽기 행위에 매
진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났습니다.
언젠가 가까운 친구의 메신저에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라고 쓰인 글을 보면서 적지 않은 감
동을 받았는데, 문득 제게 읽기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짬이 날 때마다
휴대전화 속 작은 창에 몰입해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읽기 환경의 물리적 변화 속에서 읽
기 교육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었습니다. 휴대전화의 작은 창으로 책이며 기
타의 것들을 읽고 있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지만, 종이책에 대한 집착이 강한 나로서는 여전
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텍스트의 포도밭」은 12세기 수도사 후고의 저작 「디다스칼리콘Didascalucon」 에 대한 해설서
라고 볼 수 있는데, 「디다스칼리콘Didascalucon」은 읽기 기술에 관해 쓴 최초의 책이라고 합니
다. 이반 일리치는 후고의 말을 빌려 책과 그것을 읽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 독자 스스로 고찰해
보도록 안내합니다. 그리고 삶에 대한 뛰어난 통찰과 지혜를 바탕으로 읽기와 사회의 관계에 대
해 생각해보게 하고, 종이책의 시대에서 손 안의 스크린의 시대로 읽기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선견지명이 있는 철학자라고 생
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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