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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관한대담하고근원적인통찰「텍스트의포도밭」
하나.지혜[sapientia]를향한읽기
페이지를 밝히는 지혜의 빛을 받을 때 읽는 사람의 자아에 불이 붙을 것이며, 그 빛 속에서 읽는 사람은 자
신을 인식할 것이다. …… 이때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방식이나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칭
호나 별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페이지에서 눈으로 보아 자신을 알게 됨으로써 자신을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학교에서 읽기의 목적은 대개 공부, 곧 학업을 수행하는 활동으로 연결됩니다. 저자와 독자의 대화를 통해
자아를 탐색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세상에 대한 식견을 넓힌다는 독서의 의의 역시 공부의 대상입니다. 학
습이라는 현실적인 동기와 관련된 읽기 활동이 독서의 대부분을 이루다 보니 독서는 지식의 축적이 되고,
책을 읽으며 기쁨을 말하기보다는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할 일이 너무 많
아 책을 읽을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고 하면서도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책 읽기
가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반 일리치에 따르면 「디다스칼리콘」의 첫 문장은 “구해야 할 모
든 것 가운데 첫째는 지혜다”이고, 두 번째 문장은 “지혜는 인간을 밝게 비추며 …… 그 결과 인간은 자신을
깨닫게 된다.”입니다. 그는 후고가 생각하는 깨달음의 의미는 현대의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하는
데, “읽는 사람은 모든 관심과 욕망을 지혜에 집중하기 위해 스스로 망명자가 된 사람이며, 이런 식으로 지
혜는 그가 바라고 기다리던 고향이 된다.”라는 후고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지혜의 의미에도 적용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완벽한 지혜의 형상은 읽는 사람의 눈에 불을 밝힐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어
쩌면 진정한 읽기 활동은 내면의 불을 밝히는 활동이 아닐까요? 따라서 ‘학식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읽
기보다는 지혜로 나아가기 위해 읽을 때 참된 자아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둘.수사의읽기,그리고라틴어
눈으로 읽는 사람은 입으로 읽는 읽기가 모든 감각에 영향을 줄 때 생겨나는 경험을 공유할 수 없다. 게다
가 맛과 냄새를 표현하는 어휘는 시들고 움츠러들었다. …… 그리스의 의사들은 구기(球技)나 산책의 대안
으로 읽기를 처방했다. 읽기는 읽는 사람이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에 있다고 전제했다. 약한 사람이나 병
자는 자기 혀로 읽을 수 없었습니다.
밤이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장갑이 터졌어요」나 「좋은 친구들」, 「닭이 알을 낳
았어요」 등의 동화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주었는데 지금도 책의 내용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때의 아이
들의 표정과 방 안의 분위기가 기억납니다. 특히 좋아하는 문장이 나오면 아이들이 먼저 소리 내어 그 문장
을 읊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제법 자란 뒤에도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달라고 요청하곤 했는데, 언젠가부
터 우리집에서의 읽기는 소리를 내지 않고 각자 읽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바깥에서도 대부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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