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22페이지

채 ‘범박골’을 찾아가면 ‘부천일신초등학교’가 있을 거라
고 하였다. 발령 동기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다음 불안
하게 나선 걸음이었는데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범박골’을
찾아가라는 말에 도심 속의 순 ‘깡촌’인 줄 알았더니만 주
변에는 이삼십 층이나 되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였다. 교무
실에 들어서자 교무부장님과 교감 선생님은 적잖이 당황
하셨다. 여자 선생님이 부임하는 줄 알았는데 투박한 경상
도 사내가 터벅터벅 들어선 때문이었다. 혹은 여자 선생님으로 생각하고 어떤 구상을 하고 계셨는데
혼선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설렘과 기대를 안고 시작한 첫 부임
지에서의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006년
3월16일, 나의 첫 초등학교 교직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환한 하늘빛이 눈부신 3월, 울
창한 아파트 숲 사이로 깨끗하게 단장한 신설학교! 그리고 황량한 방과후 운동장을 바라보는 쓸쓸한
눈빛으로 열게 된 이곳에서 내가 처음으로 맡게 된 업무는 특기?적성이었다. 지금은 ‘방과후학교’로
이름 붙여졌지만 그 때만 해도 특기?적성으로 모든 것이 통했었다. 학년 초였지만 중간 발령인지라
담임 배정이 안 되고 교과전담이 맡겨졌다. 후에 안 일이지만 특기?적성 업무가 '3D'로 불린다고 하
였다. 많은 선배 교사들은 걱정을 많이 하셨다. 때로는 관리자분들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셨다. 매일 학
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잔소리처럼 하는 말이 ‘배려’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교사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등의 알 듯 말 듯한 말씀들이셨다. 조금씩 일을 알아가면서 이해가 가는 면을
찾기도 하였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같은 일을 해 오신 선배 교사의 열정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설 학교가 일이 많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었다. 그런데 첫 해부터 특기?적성을 맡아 오신 선
생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돌투성이 땅에 씨를 뿌리기 위해 밭을 다듬고 거름을 부어 넣는 잡다하고 힘
든 일을 묵묵히 해 내신 모습에는 조금의 피로감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온 일들에 대한 자부심
과 뿌듯함이 묻어 나왔다.
척박한 땅에서 자라게 된 아름다운 열매들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일까?
힘든 일도 많으셨단다. 제대로 된 규정도 변변히 없는 마당에 관리자는 자세히 알지도 못한 상황에
서 부서만 늘려 놓거나 일만 벌여 놓기 일쑤였다고 한다. 겨우 초빙한 강사임에도 불구하고 수강생들
의 이탈은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그 선배님 자신도 사물놀이에 탁월한 능력이 계셔
서 아이들에게 열렬한 ‘끼’를 불어 넣으셨는데 특기?적성을 수강하는 많은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다
400 ｜2008 방과후학교 우수사례집

현재 포커스의 아래내용들은 동일한 컨텐츠를 가지고 페이지넘김 효과및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는 페이지이므로 스크린리더 사용자는 여기까지만 낭독하시고 위의 페이지이동 링크를 사용하여 다음페이지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