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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차를 기다리면서 ‘뉴욕도착 보름’만에 흑인으로부터 대낮에 당한 어두운
기억을 회상한다. 마침내 브롱스 내부로 들어가는 지하철을 갈아타고 좌석에
앉자마자 텅 빈 지하철 속 건너편에 앉은 ‘흑인 청년 셋’과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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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 아워가 아니라선지
텅 빈 칸.
조심스러워진다.
아, 흑인 청년 셋이 저편에 앉아 있구나.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일어나 다른 칸으로 갈까?
차장 있는 칸이 어느 쪽이지?
그러나 살펴보니 밉지 않은 얼굴들,
인제는 피부의 색이 된 인고(忍苦)의 저 얼굴,
발을 흔들며 흥얼대고 있다.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둘 때
한 순간 진주 세 알갱이가 빛난다.
-「브롱스 가는 길」에서
시인이 흑인과 마주치는 것은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은 고통이다.
이것은 시인 개인의 체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면서 겪게 되는 삶의
굴레요, 고통인 것이다. 보기 싫은 사람과 만나야 하는 고통은 사람들의 분노
의 감정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불교에서는 말하며 또 이러한 분노의 감정
은 인간의 헛된 망상의 하나라는 것이다. 시인은 지하철 속에서 미움의 대상인
흑인을 마주치자 다른 칸으로 옮기려 했지만, ‘발을 흔들며 흥얼대고 있는’ 그
들의 ‘밉지 않은 얼굴’ 모습 속에서 ‘세 알갱이의 진주’로 전이되는 깨달음을 얻
게 된다. 시인이 분노의 대상이었던 흑인을 진주로 느끼게 되는 은밀한 마음의
변화에는 자신의 마음 하나하나를 깨끗이 정화시켜 나가는 자정기심(自淨其心)
의 불교적 사상이 짙게 담겨있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인간의 마음가짐을
중요시하여 한 순간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선적(禪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둘 때’ ‘한 순간 진주 세 알갱이가 빛
난다’라는 구절에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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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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