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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선생님께
김철원 이우중학교 교감·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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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땅에 묻고 돌아왔습니다. 서해의 바닷바람이 묘지의 꽝꽝나무를 가볍게
흔들고 처서의 햇볕은 무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듯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호랑가시
나무 군락을 바라보며 문득 작년에 아이들과 같이 갔던 문학기행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고창의 선운사와 부안의 모항에 다녀왔었거든요. 그 때도 덜컹거리는 시골버스를 타고 이곳
을 지나왔지요.
할머니의 죽음이 아직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서울에 가면 흔들의자에 앉아 찬송가를 나
지막이 읊조리고 계실 것 같기도 하고 서랍에 넣어 두었던 박하사탕을 주머니에 몰래 넣어
주실 것 같기도 합니다. 증손들에게는 저와 제 동생에게처럼 달력 뒤에 동물 그림을 그리고
가위로 오려 인형 놀이를 해주실 것 같기도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제가 느끼고 깨달았던 것을 아이들과 어떻게 나누면 좋을까 하
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작년, 중1 아이들과 생명프로젝트 수업을 하며 이 주제에 대한 빈곤
함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죽음에 관한 1시간의 수업에서 저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한 다큐멘터리 보기, 삶과 죽음에 대해 정의 내리기, 유서쓰기 같은 활동을 했습니
다. 그런데 선생님, 수업 후에 제가 깨달은 것은 수업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
이들이 이 주제를 자신의 고민으로 받아들이고 공감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업의 공기
같은 것 말이죠. 우리와 함께 살았던 강아지, 오리, 닭, 지렁이
空氣
의 하루하루 삶과 죽음에 대한 아이들의 섬세한 관찰과 진지한 성찰이 더 중요했던 수업이
었습니다.
언젠가 시를 쓰는 수업 시간이 있다면 이 시를 가지고 아이들과 수업을 해 보고 싶습니다.
2007년 09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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