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0페이지

창의적 글쓰기로서의 논술
창의적 글쓰기로서의 논술
김 종 철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1. 논술, 논술고사, 논술교육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논술’은 “어떤 것에 관하여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함. 또는
논술은 인간의
그런 서술”로 정의되어 있다. 즉
일반적인 언어행위 중 설명과 논증의 범주에
속한다. 이 범주에 속하는 구체적인 글의 양식은 많이 있어왔다. 한문의 ‘논(論)’, ‘설(說)’, ‘책(策)’,
‘원(原)’, ‘소(疏)’ 등과 오늘날 논문, 논설문, 비평문, 보고서 등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 특정한
사람이 논술이라는 서술 행위를 할 경우, 실제로 그 사람은 자신이 속한 언어 공동체에 통용
되고 있는 특정한 양식의 글, 예컨대 ‘논’이나 ‘책’ 또는 ‘논문’이나 ‘보고서’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주제인 ‘논술’은 매우 독특한 양식의 글쓰기이다. 즉 ‘논술고사’에서만 통용
되는 ‘논술’, 또는 ‘논술고사’가 낳은 ‘논술’이다. 몇 개의 제시문과 함께 논제를 주고 그것에 대한
수험생의 견해를 묻는 것인데, 이것은 실제 우리의 언어생활 속에서 통용되는 양식의 글쓰기는
아니다. 각 대학마다 논술고사를 통해 측정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능력이 드러나도록 인위적으로
답변의 방식이나 절차를 유도하고 있어서 엄밀히 말하면 검사용 논술이다.
이러한 검사용 논술로는 중세의 과거(科擧) 시험 중 ‘책문(策問)’과 그에 대한 답안인 ‘대책(對
策)이 있었다. 책문의 사례를 보자.
술이 화(禍)가 된 지는 오래이다. 그 근원은 언제부터인가? 우왕(禹王)이 맛있는 술을 미워
했고, 무왕(武王)이 술을 경계하는 글을 지었고, 위(衛) 무공(武公)이 술 때문에 저지른
허물을 후회하여 시를 지었다. 술의 화에 대해 크게 염려했으면서도 모두 그 근원을 끊지
못했으니 어째서인가? 후대 임금 중에 술 때문에 망한 사람이 많은데, 하나하나 열거하여
말할 수 있는가? 우리 조정의 여러 훌륭하신 임금께서도 서로 계승하여 술을 경계하셨다.
세종대왕께서 글을 지어 조정과 민간에 유시(諭示)하신 것은 세 성인의 견해와 다름이 없다.
그런데도 아랫사람들이 음주를 숭상하는 것이 오늘날 더욱 심해져 어떤 자는 술에 빠져 일을
폐하고, 어떤 자는 정신이 혼미해져 덕(德)을 무너뜨린다. 흉년을 당하여 금주령을 내려
막아도 민간에서는 술 빚는 것이 끊어지지 않아 곡식이 거의 없어질 지경이다. 이를 구제
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1513년 (중종 8년) 별시 문과 책문. 지두환 역, 명문명
답으로 읽는 조선과거실록, 도서출판 동연, 1997, 132면)
3

현재 포커스의 아래내용들은 동일한 컨텐츠를 가지고 페이지넘김 효과및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는 페이지이므로 스크린리더 사용자는 여기까지만 낭독하시고 위의 페이지이동 링크를 사용하여 다음페이지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