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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자리
학부모 자리
스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고 필수가 얼마나 고맙고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2학년이던 해 동생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됐을 때 일이
다. 졸업식 교정에 하얀 눈발이 날리던 그날도 형님들은 도시로 나가 직장에 다녔고 부모님 역시
그때 그 시절 졸업의 추억
오실 수 없던지라 내가 동생의 졸업식 축하 전권 대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졸업 선물은
고사하고 꽃다발도 줄 수 없는 형편이라 빈손으로 가야만 했는데, 동생이 너무나 불쌍하다는 생
각이 들었다. 그때 학교 정문에 누군가 버린 꽃다발이 눈에 띄었다. 얼핏 봐서는 새것인지 누가
버린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싱싱했다. 슬쩍 주워서 잘 다독인 후 졸업식장으로 갔다. 졸업식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동생은 저만치 중간 쯤에서 땅바닥만 쳐다보며 하염없이 쏟아지는 흰 눈을
의미없이 발로 비벼대고 있었다. 식이 끝나고 다른 학생들은 삼삼오오 부모님과 기념 촬영도 하
고 저마다의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동생에게 얼른 다가가 꽃다발을 주었을 때, 이 녀석
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그것을 받아 땅바닥에 휙 내팽개치며 마구 울부짖기 시작했다.
주 정 완
“엄마 아빠는 왜 안 와?”
라며 하염없이 울어제끼는 것을 보다가 나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
/ 부천 심곡초등학교 학부모
하고 함께 울어버렸다. 가슴은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는 듯했다. 동생을 데리고 읍내로 나가 그동
우리에게 이맘 때 쯤의 계절엔 늘 가슴속에 아련히 젖어오는 추억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졸
안 모아뒀던 돈으로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사주며 달랬다. 아직도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가시
업, 졸업식.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노래로 시작하는 그때 국민학교 시절의 졸업부
지 않은 동생은 여전히 훌쩍이면서도 자장면이 맛은 있었는지 열심히 먹었다. 동생도 머리에 털
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의 졸업식은 우리 모두가 간직하고 있는 아름답고도 소중한 기억의 편린
나고 처음 먹어보는 자장면이었다. 녀석의 얼굴과 입가에는 눈물 반, 검은 자장 반이 뒤범벅 되면
이다. 회색빛 각박한 도시에 살면서 그 아련한 추억이나마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은 너나 할 것 없
서 묘한 얼굴을 했다.
“형아는 왜 안 먹어?”
라고 묻길래“응, 형은 먹고 왔어. 너 많이 먹어.”
라고
이 다함께 간직하고 있는 공통의 추억이기 때문이리라.
말하면서 다시 한번 울컥하는 마음이 솟구쳤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꽁보리밥만 싸 갈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집은 부모님 두 분
코를 질질 흘리며 가슴에 손수건 달고 다니던 시절을 지나, 이미 빛 바랜 추억 속의 사진처럼 오
이 6km나 떨어진 공장에 나가 일을 하셨다. 내 위로 형님 두 분과 누님 한 분, 그리고 내 밑으로
래된 일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어린 마음에 상처를 주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게 동생과 나,
도 동생이 한 명 있었던지라 서로들 알아서 자기 앞가림 해야 하는, 그야말로 먹고 사는 게 생존
우리 형제들 모두 열심히 살도록 만든 약이 되었다. 동생도 모범생으로 학교를 잘 마치고 지금은
그 자체인 빈곤한 시절이었다. 어떻게든 낳은 자식 입에 풀칠은 시켜줘야 하는 아버지는 눈만 뜨
건실한 직장인이자 가정을 꾸린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어렵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그때의
면 자전거 뒷자리에 어머니를 태우고 공장으로 나가신 뒤 온종일 먼지 날리는 면사와 씨름하시다
졸업식이 자꾸만 떠오른다.
가 밤이 늦어서야 퇴근하시곤 했다. 그러다보니 형님과 누님들은 물론이고 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한번도 부모님이 졸업식에 오신 적이 없었다. 늘 혼자 참석하는 졸업식장에서 다른 친구
들이 꽃다발을 안고 사진을 찍을 때 잠시 엑스트라로 찬조 출연한 것이 그나마 유일하게 남아있
는 내 추억 속 사진첩의 졸업식 장면이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단짝이었던 오필수가 제 부모님
께 말씀드려서 함께 레스토랑으로 가서 난생 처음으로 돈까스를 먹어 봤다. 그 꿀맛 같았던 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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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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