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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피아
자전거(상)
이 지긋지긋한 고물 자전거, 지금까지 맘고생을 생각하면 나도 이제는 해방을 할 때가 되었다. 아
버지가 나에게 주신 고통은 너무 컸다. 도대체 학생이 어떻게 용돈을 모아 자전거를 살 수 있나?
솔직히 용돈 한 푼 쓰지 않고 중학교 갈 때까지 모아야 자전거 살지 말지 할거다. 그것도 세뱃돈
듬뿍 받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고물 자전거 생각만 하면 지금까지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다고.’
아버지가 미웠다. 엄마는 내 심정을 이해하지만 아버지는 눈곱만큼 이해하지 않는다.
‘아버지 때문이야. 나는 이 자전거 갖고 갈 거야.’이렇게 생각하니 머뭇거리고 싶지 않았다.
‘일단 타고 가자. 기왕이면 주인이 보기 전 빨리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듯 허겁지겁 그 장소를 벗어났다. 주차장 옆길모이를 쪼아 먹던 비
둘기 다섯 마리가 갑자기 하늘로 솟아올랐다. 누가 부르는 것만 같았다. 뒤통수가 당겼다.
어떻게 그 자리를 벗어났는지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양재천 주변 사람
들은 모두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 동네를 벗어나려고 안간
힘을 썼다. 새 자전거는 시원하게 속도를 내었다. 어떤 힘이 났는지 나는 자전거의 페달에 더욱
힘을 주어 밟고 또 밟았다. 시간이 멎은 듯하였다.
양재천변 자전거 길을 지나 탄천길로 접어들었을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잘 모르겠다.
이윽고 낯익은 우리 동네가 보였다. 아파트도 보였다. 갑자기 저녁때 부모님을 만나는 모습이 떠
오른다.
‘아버지가 새 자전거를 보면 뭐라고 할까? 그리고 어떻게 변명을 하지. 아버지도 잃어버
린 내 자전거를 찾았다고 말하면 믿어줄까? 어머니도 믿어 줄까?’걱정이 되었다. ‘이 자전거는
저가 잃어버린 자전거예요. 잃어버린 자전거예요. 아니야, 아니야, 나는 훔친 거 아니야. 이 자전
거 내 거 틀림없어.’나는 몇 번이고 내 자전거라고 되뇌었다.
‘오늘 저녁에는 뭐라고 말한담.’갖고 싶던 눈앞의 자전거 핸들을 쥐며 나는 오늘 저녁 어떤 거짓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리고 내 자전거를 훔쳐간 사람을 욕했던 것을 생각했다.
나는 자전거를 훔쳐간 도둑을 미워할 자격이 있는가?
‘잘난 척 하고 살지 마. 세상에는 다 그렇
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어. 너,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꾸중 들었던 이야기를 이 주인도 똑
같이 들어야 돼. 자기 물건 잘 관리하지 못했다고.’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다. 집으
로 가는 길에 나는 단지 도둑이 아니라고 되뇔 뿐이었다. 그러면서 나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안
간힘을 썼다.
집은 텅 비어있었다. 나는 저녁때가 싫다. 혼자서 어머니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동생이 있
는 친구들이 부럽다. 저녁때까지 학원만 다니는 것도 동생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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