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88페이지

에듀피아
동화
그런데 오늘은 저녁에 학원이 없다. 금요일이기 때문이다. 학원 없는 금요일에는 밀린 숙제와
학원 숙제를 한다. 특히 인터넷 영어공부는 꼭 해야 한다. 엄마가 검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자전거 때문일 것이다. TV를 틀어놓고도 어떻게 자전거를 구
했는지에 대해 어머니께 해야 할 변명만 생각하고 있었다.
리모컨으로 볼륨을 높이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할 때,
“딩동 …… 스르륵.”
벨소리가 TV 소리에 묻혀 어머니의 문 여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어머니, 이제 오세요.”허겁지겁 일어나 어머니께 인사를 하였다.
“뭐 좀 먹었냐? 민수야, 많이 기다렸지. 늦게 와서 미안하다. 오늘따라 차가 왜 그렇게 밀리던지.”
“아니요. 조금 전까지 공부하고 있었어요.”
“정말? 그나저나 낮에 논술학원에는 왜 안 갔니?”
내가 학원 안 간 것을 모르시는 줄 알았는데 어머니께서는 벌써 알고 계셨다. 그러나 나는 당황
하지 않았다.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오늘 학원 가려고 했는데 자전거 찾으러 오라고 했어요. 거기 갔다 왔어요.”
“자전거는 무슨 자전거?”
“저번에 잃어버린 자전거요.”
“우리 문 앞에 세워둔 자전거가 그거니?”
“예.”
“정말? 잘 됐구나. 어떻게 찾았니?”
“영수 형 학교에서 알려주었어요.”
“영수 형 학교에서?”
“예, 그 학교 나쁜 형이 우리학교 자전거를 몇 대 훔쳐 갔대요. 그런데 들통이 나서 오늘 죄다
찾아준다고 연락이 왔어요.”
“나쁜 형이구나. 암튼 참 잘됐구나. 민수, 너 앞으로는 자기 물건 잘 챙겨야 된다. 아버지가 맘
고생 많이 시켰지, 이해해라. 엄마도 새 거 사 주려고 했는데 잘 됐구나.”
“헤헤헤, 앞으로는 잘 할게요.”
뜻밖에 어머니는 확인하지도 않고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신다.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다.
‘난 너무 소심했구나. 괜한 걱정을 했구나.’
소심했던 내 자신을 보고 웃었다. ‘바보, 넌 자전거를 훔치지 않았다. 다만 다시 찾은 것뿐이
146
Autumn 2009

현재 포커스의 아래내용들은 동일한 컨텐츠를 가지고 페이지넘김 효과및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는 페이지이므로 스크린리더 사용자는 여기까지만 낭독하시고 위의 페이지이동 링크를 사용하여 다음페이지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