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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무는 자리 l 열세 번의 봄과 아이들이 준 교훈
열세번의봄과
아이들이준교훈
경기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이 기 찬
지금까지 열한 번의 담임을 했다. 그런데 매년 열심히 찾아오는 한 여학생이 있다. 그 학생의 담임을 했던 일이 어제 같은데,
벌써 13년이 되었다.
당시 29세의 청년 교사였던 나는 학생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을 안 가렸던 것 같다.
“난 아무리 아파도 이를 악물고 수업을 하겠다.
그러다 교단에서 쓰러지더라도…….”
“난 내 신념대로 하겠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교직을 떠난다 해도…….”
라며 마음껏 큰소리
치던 시기였다. 내 머릿속은 학생을 이해하고 교감하려면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때로는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결단의 순간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러니까 생애 두 번째로 담임을 맡았던 해의 일이다. 한 아이의 복장이 매우 남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매일같이 학생부에 불려
다니며 벌을 받는 모습에 담임으로서 마음이 쓰였다. 담임인 내가 지도를 해보아도, 원체가 남다른 복장을 고수하는 그 아이의
태도는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상담을 해보았는데 상담하면서 눈물을 뚝뚝 떨구는 것이었다. 내 손수건에 콧물까지 팽팽
풀어 묻히면서……. 나는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려, 왜 우는지 물었다.
“선생님, 저는 보드도 타고 싶고, 음악 카페에서 음악도 듣고, 기회가 닿으면
춤도 추고 싶어요. 그런데 이곳 아이들은 오로지 공부만 해요. 이곳은 제가 말하
고 싶은 것을 들어주는 아이가 없어요.”
이곳이란 내가 근무하는 외국어 고등학교를 말하는 것이렷다. 외고 아이들의
특성상 공부가 최우선의 고민거리라, 다른 것에는 관심 많은 아이라면, 좀 외롭
기도 했겠다. 잠자코 듣던 내가 말했다.
“그럼 진작 말을 하지. 내가 보드는 못 타지만, 춤은 같이 춰줄 수 있다. 춤 출 수
있는 곳이 어디냐? 시간은 다음 주 월요일로 정하고 친구 한 명을 더 구해봐라.”
이윽고 약속한 월요일이 되었다. 그 아이는 자신과 어느 정도 말이 통한다는
친구 한 명을 데리고 왔다. 반 학생들과 주변을 포함해 모르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상황이었기에 007 작전을 세웠다. 우리는 그날, 학교에서 꽤 떨어진 어느
장소에서 어느 시간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차를 몰고 그 시간에 그 장소로 갔다. 그런데 처음 보는 웬 아가씨 둘이 서 있다
나를 보고는 손을 흔들며, 아는 체를 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다시 보니 바로
우리반 학생들이었다.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벌써 자기 나름대로 치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선생으로서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한숨을 쉬며 깊이 고민했다. 이 아이들을
원하는 장소로 데려가야 하나, 이 녀석들을 심하게 혼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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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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