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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 이해해 주기에는 너무 한 거 아닌가, 화를 내야 하나, 이왕 참은 김에
더 참아야 하나, 이런 것을 다른 교사들이 알게 된다면 나를 이해해 줄까, 여러
가지 고민들이 머릿속을 헤집으며 지나갔다.
어쨌든 차를 몰고 내가 미리 알아본 대학가의 음악 카페로 갔다. 나도 처음
가는 곳이라 많이 긴장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
기에 애써 태연한 척하느라 손에는 진땀이 났다. 음악 까페 사장님을 만났다.
내가 가진 것은 열정과 솔직함밖에 없었다.
“저는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사실 이 아이들은 제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아
이들입니다. 안전하게 데려갈 수 있는 곳이 여기 밖에 없어서 데리고 왔습니다.
이 학생들의 소원을 한 번 들어주고 선도하러 왔으니, 시간을 허락해 주십시오.”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 하는 부탁이니, 그분도 적지 않게 당황했을 것이다. 나
이는 꽤 젊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이런 훌륭한 선생님과 제자들을 모시
는 것이 오히려 영광입니다. 학생들, 힘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 봐요. 대신
오늘뿐이에요. 선생님을 봐서 허락해 주니, 내일부터는 힘내서 공부에 힘써야 해
요.”하신다.
그 후 종업원들에게 특별 지시를 내리는 사장님이 어찌나 멋있던지, 그가 가진
민둥산 머리를 보며,
‘아, 사람의 대머리가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생각했다.
사장님의 명을 받아, 특별한 보호를 받게 된 우리 아이들은 손님이 거의 없는
틈을 타, 두 시간 정도 신나게 춤을 추었다. 저만치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던 여대생 두 명이 다가와 이 무대에 동참했다.
어쩐지 친숙하게 보이던 얼굴, 두 여대생은 바로 우리 학교 졸업생이었다. 둘이 소파에 앉아 종업원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듣고
는“어느 학교 선생님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남다른 선생님이다.”하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막상 무대로 올라가 보니 바로
모교의 교사인 나더라며 놀라워했다.
선?후배들은 서로 만나 춤추고,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눈치에 한편으로는 후련하고, 한편으로는 걱
정스럽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차를 타고 돌아와, 학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장소로 갔다. 내 차에서
내릴 때는 어느새 원래의 학생 복장으로 바뀌어 있는 이 놀라운 녀석들. 아이들의 어머니들은 나와 사전 교감이 있었기에 오늘의
일을 모르는 척해 주셨다. 물가에 내놓은 것 같은 너희들을 두고 벌어진 어른들의 놀란 가슴을 아이들은 알까 생각하며 자리에서
물러 나왔다.
그 날 이후 고민녀는 거짓말처럼 밝은 학생으로 바뀌었다. 나의 지도에 반발 없이 잘 따르게 되었고, 학급 일에도 매우 협조
적인 학생이 되었다. 다소 위험이 따를 수도 있는 모험이었지만,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선도란 이런 것이구나 깨닫는,
뿌듯한 기회였다. 학생들도 어른들의 그런 마음이 고마웠는지 그날의 일탈을 소중한 자산으로 안고 학교생활을 했다.
이런 이야기를 추억할 수 있게 해 준 그 아이들이 한 해 한 해 지나 어느덧 서른 살의 어른이 되었다. 어찌 보면 그 아이들이나
나는 운 좋은 사람이다. 수많은 아이들 중에, 한 번의 계기를 통해 고민을 접고, 새로 시작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또한 그런 장
을 만들어주는 교사와 그 일을 이해해 준 부모님, 사회에서 도와주는 어른을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은 모험을 통해 학생과 교감하고 그 힘으로 학생이 행복해진다면 그 과정이 교사로서 가장 즐거운 일이다. 하여 그제나 지금
이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겨울이 지나면 아름다운
봄이 돌아오는 것과 같이 말이다.
05
경기도교육청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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