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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학교의 교육이 모든 학생들에게‘하나의 정답’
을 요구하는 데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면 이제 예술교육은 학
교를 떠나 다른 제3의 공간을 찾아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만약 학교의 교육이 모든 학생들에게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키워 주는 데에만 그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예술교육은 이대로도 좋다. 그러나 해방 이후 모든 교육학자들이
학교교육의 근본을‘인간 중심의 창의성 교육’
이라고 주장했던 것이 진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예술교육을 학교교육의 중
심에 놓아야 할 것이다.
예술교육은 학생들에게 심미적 사고를 키워 준다. 심미적 사고는 주변의 사물이 지닌 내적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갖도록 해 준다. 동해안 바닷가에 놀러간 사람 중에 바다에 발을 담그자마자 염도를 측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푸른 바다를 보면서‘아! 아름답다’
고 느낀다. 산 정상에 서서 고도를 측정하기보다 주변 경관을 둘
러보는 것은 그 곳에서 느끼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돌칼의 손잡이에
그림이 새겨진 경우가 있다. 돌을 갈아서 칼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손잡이에 그림을 넣으려고 고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삶에 있어서도‘아름다움의 추구’
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본성적으로 심미성을
추구한다. 인간이 삶의 모든 과정에서 심미성을 추구하듯이 학교교육에서도 예술교육은 본질적이며 필수적이다.
최근의 학교 환경이 학생들의 심미성 교육에 대하여 매우 미온적이거나 심지어 예술교육을 위축시키는 정책이 확산
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과학과 언어에 관련된 분야에 관련된 교육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반면에 예술적
인 분야에 대한 교육은 위축되고 있는 현실이 학생들을 균형 잡힌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학교에서 국어ㆍ영어ㆍ수학ㆍ과학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교육만으로는 우리 학생들이 균형 잡힌 사람으로
성장할 수 없다. 어느 학생이 수학ㆍ과학을 잘한다고 그 학생에게 수학ㆍ과학만 강조하는 것은 어리석은 교육이다. 어려
서부터 음악을 잘한다고 음악만 시키는 것도 물론 어리석다. 국어ㆍ영어ㆍ수학ㆍ과학을 잘하는 학생들은 역시 음악ㆍ미
술ㆍ체육도 잘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악ㆍ미술ㆍ체육을 잘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국어ㆍ영어ㆍ
수학ㆍ과학을 잘 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생각이 학교 안에만 들어가면 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상한 생각’
으로 여겨지는 것일까?
하워드 가드너가 우려했던 것은 학교가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어느 한 쪽 분야에 편중된 교육을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우려는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에서도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은 지금도 대학입시, 학
교교육, 그리고 학부모의 인식 등으로 3자화된 갈등 구조(그 누구도 먼저 풀 수 없는, 서로 책
임을 전가하는 구조) 속에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편중된 교육’
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대학, 초ㆍ중ㆍ고등학교, 그리고 가정의 교육이 다양성과 창의성을 핵심으로
하는 예술교육을 중시하여, 우리 사회가 균형 잡힌 사람을 양성해 낼 수 있는 성숙한 사회
로 발전하는 모습을 필자는 보고 싶다.
07
경기도교육청
20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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