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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방과후학교 우수 사례집
03
특성화 및 연계프로그램
체험수기
방과 후 수업, 느리지만 묵직한 걸음
귀인초 / 논술 외부강사 서순옥
처음 귀인초에서 수업을 시작했을 때는 밀려드는 긴장감으로 몸살이 날 정도였다. 수업 준비를 위해 밤
을 새우기 일쑤였고, 열심히 준비한 수업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아 곤혹스럽기도 했다. 넘치는 욕심으로
아이들이 힘들기도 했을 터였다. 그런데도 수업 후기마다 즐겁다, 재미있다고 말해주던 사랑스런 아이들,
돌이켜 보면 정말 즐겁고 재미있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귀인초 논술특성화반의 특징은 아이들 대부분이 논술을 잘 해보겠다고 스스로 찾아왔다. 그래서인지 아
이들은 하나같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내가 무슨 화두를 던져도 새끼 제비마냥 그 작은
입을 벌려 자신의 느낌을, 생각을 외치곤 했다. 경쟁적 교육이 성행하는 주변 여건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레
학교를 믿고 아이들을 맡긴 학부모들을 생각하면서 내가 세운 논술 교육의 목표와 방향은 이러했다.
논술은 세상을 향한 외침이다. 세상을 향한 깊고 건강한 외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다.
그것을 위해 지식으로써의 세상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세상을 알아야 한다고 여겼고 그래서 시작한 것이
미디어매체를 최대한 활용한 수업이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신문 활동을, 디지털 방식으로 영화와 드라마
를 택했다.
매일매일 새로운 기사와 의견으로 화려한 신문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저 고약한 냄새가 나는 흑백의 글
자 뭉치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신문을 들쳐보도록 하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의 도움을 적극
적으로 구했다. 아이들이 기사나 의견을 보고 활동한 내용에 대한 짧은 글을 쓰시도록 권했다. 처음에는 다
소 낯설고 귀찮아하시기도 했지만 작은 공책에 놓인 세상사를 통해 아이와 부모님은 소통을 하기 시작했
다. 부모님은 아이의 관점을 이해했고, 아이들은 부모님의 관심으로 사기가 올랐다. 신문 활동은 대성공이
었다.
영화, 드라마 수업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좋았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하지 않았던가. 자아정체감
수업을 위해 책을 읽고 설명도 할 수 있겠지만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인공 빌리의 처절한 몸부림이
야말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자아 발견하기 모습이었다. 영화 포스터 그리기와 광고 문구 구상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이 드러났다.
요리를 하고 레시피를 만들고, 역사를 공부하고 신문으로 구성하고, 게임을 하고 설명서를 썼다. 아이들
은 생활 속에 숨어 있는 논술을 보물처럼 잘도 찾아냈다. 여러 글쓰기 대회에도 나갔다. 독서 감상문 대회
에서 수상을 하고, 인권위 아이디어 공모에 뽑히고, 어린이신문에 글이 실렸다. 절대 도와주지 않는 교사를
원망하는 눈빛도 잠시, 아이들은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고치면서 자라갔다. 그런 뒤의 열매들이라 더욱
달콤하고 값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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