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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관한대담하고근원적인통찰「텍스트의포도밭」
혜를 탐구해나가는 수사의 읽기와 정보와 지식의 축적에 주목하는 학자의 읽기 중, 어느 것이 새로운 생명
의 탄생을 이끌어내는 산파의 행위에 비유될 수 있을까요? 읽기는 결국 인간을 포함한 자연을 깨닫는 행위
라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질문의 답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디다스칼리콘」을 쓴 후고, 그리고 이 책을 읽고 해석하여 「텍스트의 포도밭」을 쓴 이반 일리치는 모두 성직
자이자 철학자로 지혜에 대한 사랑이 남다릅니다. 이반 일리치에 따르면 후고는 지혜를 ‘선의 완전한 형식’
과 연결지었으며, 그의 사상에서 중심을 이루는 내용으로 “타락한 인류가 지혜와 재결합해야 한다는 요구”
가 있습니다. 따라서 후고의 지혜는 성직자라는 배경과 더불어 충분히 종교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
렇지만 두 사람의 말을 반드시 종교적인 입장에만 국한하여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의 본
질을 관통하는 의미로 읽어낼 때에, 읽기 행위를 통해 자신과 삶을 들여다보도록 하여 기분 좋은 울림을 느
끼게 됩니다.
이반 일리치는 후고의 「디다스칼리콘」을 통해 중세의 독서 습관 및 상징으로서의 읽기에 주목하여 그의 읽
기 철학 및 방법을 소개하는 한편, 이를 현대의 읽기와 비교합니다. 특히 그가 책 중심 시대의 출발점이라
여기는 12세기에 일어난 읽기와 관련된 변화를 탐구해 봄으로써 다양한 읽기 매체의 등장과 관련하여 현재
에 일어나고 있는 읽기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도 성찰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또한 후고 당시의 읽기
를 수도사식 읽기로, 그 이후부터 이루어져 온 읽기를 학자식 읽기로 구분하여 그 차이를 알려주는데, 이 과
정에서 읽기의 본질과 방법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 글은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과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들의 일부를 가볍게 정리해본 것이고 부족한 식
견에 따른 오독(誤讀)이 있을 수 있기에, 책의 내용을 모두 알아채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텍스트의 포
도밭」은 분량이 많지 않지만 그 철학적 깊이에 따른 무게감이 만만찮은 책이라 후고의 ‘집중적 읽기’를 통해
여러 차례 페이지의 포도밭을 부지런히 오가며 수확에 임해보기를 권합니다. 의미를 잉태한 채 읽는 사람
에 의해 빛으로 끌어내지기를 기다리는 페이지들을 발견할 것입니다. 읽기는 결국 존재에 대한 사유 방식
과 맞물리게 되어 있고, 이를 통해 나라는 존재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성찰해 보는 것은 인간의 아
름다운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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