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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때가 아니더라도 자주 그를 생각하게 되리라. 가슴 벅차게, 때때로 한없이 미워지는 나 자신을 다시 사랑할 수 있게
하는 나의 아버지를 기억하리라.
#팔지않을용기
어릴 때 만 원쯤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맘껏 간식을 사서 먹고,
장난감 따위를 갖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것이다. 철없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런 푼돈은 바라지 않는다. 몇백? 몇천?
몇억이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런 돈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가만히 생각하면 더없이 부끄러운 곳에 마음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작 허영인 것에, 나의 게으름을 감춰줄 편리인 것에, 타인에게 물든 낭만인 것에 말이다. 고작
그런 것을 위해 나는 나를 참으로 못살게 굴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실로 철없이 만 원쯤을 욕심내던 그 시절
이 지금보다 몇 곱절 더 지혜로웠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5만원,아니10만원쯤마음대로쓸수있는돈이생기는생활을가장사랑한다.
나는나의시간과기운을다팔아버리지않고,나의마지막십분의일이라도남겨서
자유와한가를즐길수있는생활을하고싶다.”
-「나의사랑하는생활」中
겨우 돈 따위에 나의 ‘시간’과 ‘기운’과 ‘자유’와 ‘한가’를 팔지 않는 용기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멋있게살고싶어
부끄럽게도 ‘선생’이 된 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스승’인 척 말을 덧붙이곤 한다. “어떤 세상을 살고 싶으냐?”, “너희가
살고 싶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가 그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나에게 적용해보면 목덜미가 뜨끈해질 정도의 말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내뱉곤 한다.
“어떤테니스경기에서A선수가받아야할인사이드볼이심판의오심으로아웃으로판정되었었다.
관중들은자기네눈을의심하였다.잇달아A선수가서브를넣게되었다.
그는일부러그러나아주자연스럽게더블아웃을내었다.그때그의태도는참으로멋있는것이었다.”
-「멋」中
A선수는 자신에게 이유 없이 찾아온 ‘유리함’을 자연스럽게 거부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다. 순진한 솔직함보다 적절
한 속임수가 더 인정받는 시대에 살아간다는 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까지 얼마
나 많은 속임과 억울함이 쌓여왔을까? 멋있게 살아가는 것이 더 이상 손해를 보는 바보짓이 아닌 세상에 살고 싶다.
아마 앞으로 학생들에게 하는 나의 말은 더 길어질 것이다. “어떻게 살고 싶으냐?”,“ 선생님은 멋있게 살고 싶다. 멋있
다는 것은 말이지 얘들아….” 채로 수십 번 거른 듯 곱디고운 글을 불순물 가득한 거친 글로 담아낸다는 것이 참으로
불편한 일이지만, 그런 불편함을 견딜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멋진 일이라며 용기를 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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